정부가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원료와 전략품목의 공급망을 국내 생산부터 비축, 해외 생산, 수입선 다변화까지 단계별로 관리하기로 했다.
핵심은 경제안보와 녹색전환에 중요한 품목을 국내에서 실제로 생산·판매하면 법인세나 소득세를 깎아주는 ‘국내생산세액공제’ 도입이다.
이번 대책은 2026년 7월 14일 발표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의 ‘K-공급망·에너지 자립 확보’ 방안에 포함됐다. 정부는 대외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품목별 상황을 네 단계로 구분해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30초 요약
-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하면 생산·판매량에 따라 세액공제
- 국내 생산이 어렵지만 저장 가능한 품목은 국가 비축 확대
- 생산과 비축이 모두 어려운 품목은 해외 생산기지와 장기 공급권 확보
-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수입처 변경 비용을 전액 저리대출
- 구체적인 세액공제 대상 품목과 공제 수준은 추후 확정
공급망을 네 단계로 나눠 대응한다
정부가 제시한 공급망 대응체계는 모든 품목에 동일한 지원을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다. 품목의 국내 생산 가능성과 비축 여부에 따라 다음 네 단계로 나눈다.
1단계: 국내 생산이 가능한 품목
국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세액공제와 생산보조금을 제공한다.
2단계: 국내 생산은 어렵지만 비축할 수 있는 품목
원유·나프타·요소·비철금속 등 전략물자의 비축 물량과 저장시설을 확대한다.
3단계: 국내 생산과 비축이 모두 어려운 품목
해외 투자펀드와 국부펀드 등을 활용해 해외 생산기지와 장기 공급 우선권을 확보한다.
4단계: 국내외 생산과 비축이 모두 어려운 품목
특정 국가에 집중된 수입선을 다른 국가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금융비용과 추가 운송비를 지원한다.
국내생산세액공제란?
이번 정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국내생산세액공제다.
기존의 투자세액공제가 공장이나 생산설비에 투자한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이라면, 국내생산세액공제는 기업이 국내에서 실제로 생산하고 판매한 물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공제해 주는 제도다.
정부가 밝힌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다.
국내 생산·판매량 × 생산단위별 적정 단가
= 법인세 또는 소득세에서 공제할 금액
즉 공장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국내 생산량을 늘린 기업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정책의 방향은 발표됐지만, 실제로 어떤 품목이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될지와 생산단위별 단가, 공제율 등 세부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국내생산세액공제의 확정 수혜 대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생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자를 기록 중인 기업은 납부할 세금 자체가 적기 때문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초기 적자 기업에 대해서는 국내 생산을 유도할 수 있는 별도의 지원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원가 경쟁력이 낮은 품목에는 보조금도 지원
경제안보에 반드시 필요하더라도 해외 제품보다 생산단가가 높으면 기업이 국내 생산을 계속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런 고위험 경제안보품목의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국내생산보조금을 2027년 상반기까지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세액공제가 이익을 내는 기업에 더 유리한 제도라면, 생산보조금은 국내 생산 초기이거나 원가 경쟁력이 약한 기업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요소·나프타·원유 등 전략 비축 확대
국내에서 생산하기 어려운 산업·민생 필수품은 국가 비축을 강화한다.
비료용 요소는 원료와 완제품을 새로 비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프타 역시 비축 필요성과 운영방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원유는 주요 유종의 비축 총량을 확대하고, 비철금속 6종은 새로운 비축 목표일수를 산정해 2027~2031년 비축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가 직접 보유한 차량용 요소를 연간 사용량을 약정한 기업에 상시 판매한 뒤, 판매한 만큼 다시 채워 넣는 새로운 비축모델도 시범 운영한다.
기존처럼 창고에 물량을 장기간 보관하는 방식보다 재고의 순환과 품질관리가 쉬워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에서 못 만들면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한다
국내 생산과 장기 비축이 모두 어려운 품목은 해외에서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정부는 2027년부터 요소와 핵심광물 등의 해외 생산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해외 공급망 투자를 늘리고, 국부펀드·정책펀드·개발금융 등을 연계해 해외 자원개발과 정·제련 시설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단순히 해외 광산이나 공장에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 공급계약이나 우선협상권을 확보해 위기 상황에서도 한국이 필요한 물량을 먼저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수입처를 바꾸면 비용 전액을 저리대출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을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는 기업에는 대체수입 비용 전액을 저리로 대출한다.
기존에는 대체수입 비용의 80~90%까지만 지원했지만 이를 100%로 확대하고, 최대 2.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수입국을 다양화해 특정 국가의 수출통제나 분쟁, 물류 차질에 따른 위험을 줄이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희토류 등 핵심광물 재활용도 확대
정부는 핵심광물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것뿐 아니라 국내에서 폐기되는 제품에서 다시 회수하는 도시광산 산업도 육성한다.
현재 약 7%인 핵심광물 재자원화율을 2030년 20%로 높이고, 전기차와 전자제품을 폐기할 때 핵심광물이 포함된 부품을 우선 분리·회수하도록 재활용 기준을 개선한다.
폐영구자석은 2027년부터 순환자원으로 새로 인정할 계획이며, 희토류 재자원화 양산을 지원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왜 중요한가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지만 원유, 희토류, 요소, 나프타 등 산업에 필요한 핵심 원료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분쟁이나 특정 국가의 수출통제, 물류 차질이 발생하면 원료 가격이 오르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공장의 생산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
이번 정책은 평소에는 해외 제품보다 비싸더라도 최소한의 국내 생산능력을 유지하고, 국내에서 만들 수 없는 품목은 비축하거나 해외 생산권을 확보해 공급망의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실질적인 정책효과는 앞으로 발표될 세액공제 대상 품목과 지원 규모, 기업의 참여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WhyIssue 한줄 정리
정부는 값싼 해외 수입에만 의존하던 공급망 정책을 국내 생산·비축·해외 생산·수입선 다변화의 4단계 체계로 전환하려 한다. 다만 국내생산세액공제의 실제 수혜 대상과 공제 수준은 세부안이 발표돼야 판단할 수 있다.